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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및 미술 뉴스[25.3.1] 뉴스버스_소리를 시각화한 크리스틴 선 김 @뉴욕 휘트니 미술관

2025-03-03

[현수정의 경계를 넘는 예술]

인간의 감각은 세상을 경험하는 창이다. 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고, 촉감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며, 소리를 듣는 다섯 가지 감각은 각기 다른 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소리는 무형의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기억을 떠올리며, 세상을 이해한다.

최근 미술 전시에서 시각만이 아니라 청각도 공간을 경험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미디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작품을 접하다 보면, 예술의 세계에서 ‘소리의 부재’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해석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크리스틴 선 김(Christine Sun Kim)은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예술로 확장하며 우리가 소리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아티스트이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최근 개관한 크리스틴 선 김의 전시 <All Day All Night (2025.2.8~6.6)>는 미술관 내 여러 층에 걸쳐 드로잉, 벽 설치, 조각, 퍼포먼스, 미디어 아트까지 작가의 예술 세계를 다각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8층은 전시의 중심 공간으로, 2011년에 제작된 그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녀의 예술적 언어가 어떻게 정착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3층에는 벽화와 드로잉을 결합한 공간 설치 작품이 펼쳐져 있고, 1층부터 3층으로 연결하는 계단 중앙의 공간에는 수직으로 길게 설치된 미디어 작품이 관객의 시선을 모은다.

작가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소리'의 개념을 뒤집고, 이를 시각적이고 공간적인 언어로 재창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감각에 대한 편견을 넘어 청각장애인 아티스트인 그녀가 어떻게 소리를 시각적으로 탐구하고 해석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크리스틴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실험이 아니라, 소리와 권력, 소통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차이와 번역의 불완전성을 탐구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전시 전경: 크리스틴 선 김 《All Day All Night (2025.2.8–6.6)》@ 휘트니 미술관 8층(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전시 전경: 크리스틴 선 김 《All Day All Night (2025.2.8–6.6)》@ 휘트니 미술관 8층(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소리 없는 세상에서 소리를 탐구하다

1980년,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태어난 크리스틴 선 김은 선천적 청각장애로 소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술은 그녀가 소리를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마친 후,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에서 미술학, 바드 칼리지(Bard College)에서 음악과 사운드로 석사 학위를 받고 본격적인 예술 활동에 입문하게 된다.

2008년 독일 베를린에서 아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당시 그녀는 사운드 아트를 주제로 한 전시에서 "소리는 단순히 듣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고, 사운드를 단순한 청각적 경험이 아니라, 시각적, 촉각적, 사회적 요소가 결합한 복합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새로운 소리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소리를 시각적 형태로 변환하다

8층 전시장 입구에는 초기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두 비디오 작품이 있다. 그중 <Selby Square (2011)> < Selby Circle(2011)>은 작가가 소리를 시각적 형태로 변환하는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녀는 작은 나사못에 잉크를 묻힌 후, 스피커 위에 나무판을 올려두고 건반 악기를 두드린다. 그러면 악기의 소리가 스피커에 전달되면서 나무판이 진동하고, 그 위의 나사못들이 움직이며 비정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직접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녀는 건반을 두드리면서 소리가 시각적, 촉각적 감각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소리의 진동 차이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또 다른 비디오 작품 <Face Opera II (2013)> 에서는 단어 카드가 등장하고,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출연 배우들은 각 단어의 의미를 표정만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슬픔’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지휘자는 슬픔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을 짓고 배우들은 그 표정과 따라서 하게 된다. 그들의 섬세하면서 직접적인 얼굴을 중심으로 한 몸 연기는 감정을 실어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크리스틴 선 김, @ 휘트니 미술관 8층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크리스틴 선 김은 인터뷰에서 “듣지 못하는데, 소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그녀는 이에 대해 "나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상황을 직관적으로 감지하며 이해한다.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정을 더 과장되게 사용하게 된다.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일상에서도 퍼포먼스를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라고 답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페이스 오페라(Face Opera)'시리즈에 반영되었고, 그녀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표현 방식은 예술뿐만 아니라 패션과 대중 매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2015년에는 TED Talk에 나와서 수화와 음악의 연관성에 대해 말했고, 2020년 슈퍼볼 경기에서 가수 옆에서 미국 국가를 수화로 부르며 큰 주목을 받았다.  



크리스틴 선 김, @ 휘트니 미술관 8층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크리스틴 선 김에게 모국어는 미국 수화(American Sign language, 약어로 ASL)이다. 그녀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중간 번역가가 돕는데, 번역가에 따라 표현 방식이 약간씩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에서 착안해 만든 작품이 <내 목소리는 무지개처럼 작동한다 (My Voice Acts Like ROYGBIV)>이다. 제목의 'ROYGBIV'는 무지개의 일곱 빛깔 색의 영어 알파벳 첫 글자를 딴 것으로,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수화의 발신자와 수용자 사이 번역자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차이를 무지개색에 은유적으로 빗대어 표현했다. 그녀의 작업은 이러한 차이를 단순한 한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통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요소로 바라본다. 예술은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두어 더 깊은 이해를 끌어낼 수 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

크리스틴 선 김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휘트니 미술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담당했으며, 이후 수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환경에서 소통의 문제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다. <청각장애인 분노의 정도 (2018)> 시리즈는 청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분노와 좌절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수학적 기호인 각도로 포착한 여섯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리즈에는 ‘급격한 분노, 진짜 분노, 둔한 분노, 솔직한 분노, 반사적 분노, 완전한 분노’의 감정이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각도의 크기로 감정 상태의 강도를 시각화한 친숙하고 직관적인 기호 체계를 활용해 청각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도록도 배치되어 있어, 보다 포괄적인 접근성을 고려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크리스틴 선 김 , @ 휘트니 미술관 8층(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Photo: David Tufino


2019년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발표한 작품 <예술계에서 청각장애인 분노의 정도 (2018)> 역시 시리즈의 한 부분으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그녀는 미술관이 청각장애인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청각장애 작가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도식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예술 기관이 장애인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으로,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소리는 권력”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은 이러한 구조를 드러내며, 보다 평등하게 소통할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회 변화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틴 선 김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크리스틴 선 김 @ 휘트니 미술관 8층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All Day All Night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All Day All Night (2023)>는 8층 전시장 입구에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 작품으로 회화와 조각의 중간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녀가 하루라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8층에 전시된 <All Day(2023)>는 위쪽으로 둥글게 그려진 반원의 형태를 띠며, 반대로 <All Night(2023)>는 아래쪽으로 둥글게 그려져 있다. 이는 수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미지로, 해가 떠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낮과 해가 지고 밤이 오는 과정을 상징한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선을 아주 느리고 길게 그려, 하루하루 반복되는 낮과 밤을 담아내고자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매일의 흐름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3층에 공간 설치된 작품, <긴 메아리 (2023)> 역시 시간의 반복을 담은 것으로 산마루를 오르고 내려오는 듯한 리듬감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반복되는 곡선들 사이에 놓인 짤막한 단어가 삶의 순간에서 만나는 메아리를 상기시킨다. 현재 그녀는 베를린에서 예쁜 딸과 함께하며, 공동 작업을 하는 남편과 예술가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전시 전경: 크리스틴 선 김 《All Day All Night (2025.2.8–6.6)》@휘트니 미술관 3층(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그녀의 드로잉 작품들은 대부분 두꺼운 수제 종이에 목탄을 사용하여 마치 수묵화처럼 단조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감성을 담아낸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녀의 삶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크리스틴 선 킴의 전시장을 나오면서 관객들은 ‘소리’라는 개념이 마음에 퍼질 것이다. 가슴에 들리는 소리, 눈에 보이는 예민하게 떨리는 소리, 반복되는 소리… 그녀의 작업은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해 온 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만든다. 예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과 소통의 확장이라면, 그녀의 행보는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위해 더욱 열려질 것이다. 



전시 전경: 크리스틴 선 김 《All Day All Night (2025.2.8–6.6)》@휘트니 미술관 8층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현수정은 조선대학교에서 '마르셀 뒤샹의 작품에 나타난 앤드로지니 차용의 특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광주비엔날레 '미술오케스트라'와 2011년 실비아 월드 앤 포김 미술관 'Breathing' 전시를 큐레이팅 했다. 지금은 뉴욕을 중심으로 큐레이터, 미술사 강사, 아카이브 연구원, 비평가로 활동하며 몽클레어 주립대학교, 뉴욕 시립 기술대학, 맨해튼빌 칼리지에서 아시아 미술과 현대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전시로 'Blood and Tears: Portrayals of Gwangju’s Democratic Struggle'(2022, 안야 & 앤드류 시바 갤러리), 'Noodles, Rice, and Bread'(2022, Artego 갤러리), 'Visionary Catalysts: Wolhee Choe and the Empowerment of Korean Identity'(2024, AHL재단 갤러리) 등이 있다.

출처 : 뉴스버스(Newsverse)(https://www.newsverse.kr)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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